결말을 아는 순간, 앞서 지나온 다섯 번의 방문은 전혀 다른 여행으로 바뀐다. 『여행하는 고양이 이야기』의 감동은 마지막 작별에서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나나의 재치 있는 1인칭, 친구들의 회고, 은색 왜건으로 이어지는 이동, 새 보호자를 찾는다는 표면의 목적이 조금씩 겹치며 독자가 뒤늦게 같은 장면을 다시 읽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은 나나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부터 살핀다. 냄새와 영역, 먹이와 잠자리로 관계를 판단하는 고양이의 현재와 고스케, 요시미네, 스기와 치카코, 노리코가 기억하는 인간의 과거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추적한다. 사토루의 삶이 여러 사람의 기억으로 복원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따뜻함뿐 아니라, 모두가 그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때 생길 수 있는 이상화의 한계도 함께 짚는다.
특히 ‘맡아 달라’는 부탁이 왜 버림이 아니라 남겨질 존재의 미래를 준비하는 말로 바뀌는지, 비밀을 늦게 밝히는 서술이 감정 조작과 재독의 장치 사이에서 어떤 긴장을 만드는지 세밀하게 읽는다. 눈물을 흘린 뒤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감동의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 더 선명하게 되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