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을 한 문장으로 묶는 순간, 『젖과 알』의 세 목소리가 사라진다. 가슴 확대수술을 알아보는 마키코, 초경을 앞두고 입을 닫은 미도리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나쓰코는 같은 가족이지만 몸을 전혀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몸을 설명하는 말과 그 설명에서 빠져나가는 당사자의 감각 사이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미도리코의 침묵을 목소리의 부재가 아니라 다른 서술 통로를 만드는 선택으로 읽고, 마키코의 가슴을 허영이나 자기결정이라는 단일한 말로 재단하지 않는다. 접객노동과 생계, 나이 듦과 미용 규범, 모녀 관계가 한 몸에 겹쳐 있는 모습을 따라간다. 이어 확장된 장편의 나쓰코가 작가가 된 뒤 정자기증과 비혼 출산을 고민하는 과정으로 넘어가며, 자기 몸에 대한 선택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타인의 삶과 어떻게 맞닿는지 살핀다.
오사카의 말투와 번역, 숨이 긴 문장의 리듬, 초기 중편과 장편 사이의 변화까지 함께 다뤄 작품을 ‘여성의 몸에 관한 소설’이라는 표어보다 훨씬 넓게 읽게 한다. 몸을 둘러싼 자유와 사회적 조건, 침묵과 발화, 선택과 책임을 성급한 결론 없이 구별하고 싶은 독자에게 필요한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