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퇴직연금 가입자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6.5 퍼센트였다. 그런데 상위 10 퍼센트는 19.5 퍼센트, 하위 10 퍼센트는 0.5 퍼센트를 기록했다. 같은 해, 같은 나라, 같은 제도, 같은 시장에서 39배가 갈린 것이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종목 선택도, 매수 타이밍도, 정보력도 아니었다. 운용 지시를 했느냐 안 했느냐, 그 하나였다. 한국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지금도 원리금보장형에 잠들어 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6년에 이 문제를 법으로 풀었다. 자동 가입을 기본으로 두고, 기본 상품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아예 빼버렸다. 그 결과 미국 직장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식형에 투자된다. 한국은 반대다. 신청해야 적용되고, 그 안에 원리금보장형이 반드시 포함된다. 한국의 디폴트 옵션은 사실상 디폴트가 아니다.
이 책은 미국 401k가 평범한 직장인을 어떻게 자산가로 만들었는지 추적한 뒤, 그 원리를 한국의 도구로 옮긴다. 주유소 직원이 남긴 800만 달러 같은 이야기의 이면까지 함께 검증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계좌 확인부터 자동이체까지 45분짜리 실행 절차를 안내한다. 특정 상품을 권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 나이와 은퇴 시점에 맞는 기본값을 스스로 판단할 재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