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의 화면에는 이상할 만큼 많은 물과 하늘, 잔디와 물고기가 있었다. 버튼은 젤리처럼 빛났고, 창은 유리처럼 겹쳤으며, 디지털 기술은 깨끗한 자연과 행복한 도시 곁에 놓였다. 오늘날 우리는 이 감각을 ‘프루티거 에어로’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이름은 당시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이 책은 Windows Aero, iOS의 스큐어모픽 인터페이스, Web 2.0의 광택, 스톡 이미지와 기업의 환경 브랜딩을 따라가며 2000년대의 기술이 왜 친근하고 깨끗하며 낙관적으로 보여야 했는지를 살핀다. 이어 플랫 디자인의 등장과 함께 현실의 재질이 화면에서 사라진 과정, 인터넷의 아카이브와 이미지 모음이 흩어진 과거를 하나의 미학으로 다시 묶은 ‘사후’를 추적한다.
『프루티거 에어로: 낙관의 표면과 사후』는 과거 디자인의 목록이나 단순한 향수론이 아니다. 그 표면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했는지,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 디자인인지 아니면 그 시대가 믿게 했던 미래인지 묻는 문화비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