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는 자아를 완성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아에 대한 집착을 비워낸 뒤 타자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론적 탐구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준렬의 시집 『지워달라는 말』은 자아를 찾아가는 이러한 서사 유형을 변주한다. 경험과 사색을 바탕으로 본질을 모색하고 천착하는 정신의 순례이다. 심우도로 은유해보자면 시인은 ‘소를 찾아나서는 단계’ ‘소를 길들이는 단계’ ‘소도 잊고 자신도 잊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차례로 복기하면서 하나의 생을 지극히 돌아보게 된다.
시인은 경쟁과 노동, 노화와 죽음, 가족과 사랑, 공동체와 평화의 문제를 통과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찾아 헤맸으며 마지막까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것은 새로운 진리를 획득하거나 강한 자아로 고양되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을 얽매었던 욕망을 비우고 더 인간다운 존재로 살아가려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