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쪽, 흐린 날에만 문을 여는 신비로운 상점 「햇살을 파는 작은 상점」. 이곳 선반에는 저마다 다른 빛깔의 햇살을 담은 유리병들이 놓여 있는데, 그중 가장 옅고 흐릿한 빛깔을 지녀 손님의 눈길을 받은 적 없던 작은 병 "볕이"는 자신의 빛이 너무 약해 누군가의 흐린 하루를 밝혀줄 수 없을 거라 여기며 늘 움츠러들어 있다. 어느 잔뜩 흐린 오후, 지친 얼굴로 가게에 들어온 손님이 화려한 병들을 지나쳐 뜻밖에도 볕이를 선택하고, 볕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손님의 집까지 따라가지만 창가에서 만난 다홍빛 병 "홍시 아저씨"의 다정한 위로 — 빛이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때 비로소 진해지는 법이라는 말 — 를 들으며 조금씩 용기를 얻는다. 다음 날 아침 손님이 조심스레 병뚜껑을 열자 볕이의 옅은 빛은 은은하게 방 안을 감싸며 손님의 굳었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고, 그 순간 볕이는 깨닫는다 — 밝고 진한 빛만이 누군가를 데워주는 것은 아니며, 가장 옅은 빛도 흐린 하루를 데우기엔 충분하다는 것을.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흐린 날에도 마음에 볕이 드는 잔잔한 치유 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