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미리 알아도 왜 우리는 끝까지 읽게 되는가. 『책도둑』은 죽음과 폭격, 가까운 사람들의 상실을 일찍 공개한다. 비밀을 숨기는 대신 이미 아는 죽음이 한밤중의 글자 수업, 진흙투성이 달리기, 지하실의 숨소리와 방공호의 낭독을 어떻게 마지막 장면처럼 바꾸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은 인간을 두려워하는 죽음의 목소리, 색깔로 운반되는 영혼, 훔친 책의 이동, 힘멜 거리의 전쟁, 아코디언과 욕설, 막스가 검게 덮은 문장, 폭격 뒤에 남은 리젤의 원고를 따라간다. 책과 말이 본래 선하다는 편안한 결론을 거부하고, 같은 언어가 나치의 구호가 되기도 하고 공포를 견디는 관계가 되기도 하는 조건을 살핀다.
리젤의 성장과 독일인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유대인 박해의 조직적 책임을 흐리지 않으며, 어린이의 제한된 시선과 죽음의 넓은 시선이 만든 거리도 분석한다. 원작의 굵은 활자와 책 속의 그림책, 영화가 얻은 정서와 잃은 형식까지 연결한 재독 안내서이다. 감동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누구의 말이 가까이 놓이고 누구의 고통이 배경으로 밀리는지 더 정확히 읽게 한다.
원작의 형식도 세밀하게 읽는다. 죽음이 끼워 넣는 예고와 목록, 굵은 활자, 막스가 만든 두 권의 그림책, 리젤이 직접 쓴 원고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식이 아니라 누가 말할 권리를 얻는지를 보여 주는 장치다. 번역에서 색과 욕설, 이름의 리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피고, 영화가 인물의 온기를 강화하는 대신 죽음의 편집과 책 속의 책을 축소한 지점도 비교한다. 한 장면의 눈물 뒤에 놓인 서술의 선택까지 읽게 하는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