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이중나선 발견을 떠올리면 금속 모형을 세운 왓슨과 크릭, 그리고 선명한 X자 무늬의 사진 51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유명한 장면이 선명해질수록 발견을 가능하게 한 실험, 계산, 연구실의 경쟁, 자료의 이동, 저자명과 상의 배분은 배경으로 밀려난다. ‘두 천재가 발견했다’는 승리담과 ‘한 장의 사진을 빼앗아 답을 얻었다’는 탈취담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과학을 몇 사람과 한순간으로 압축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이 책은 제임스 D. 왓슨의 『이중나선』을 단순한 과학사 회고록이나 로절린드 프랭클린 복권의 자료로만 읽지 않는다. 결과를 아는 성공한 과학자가 15년 전의 자신을 어떻게 다시 썼는지, 케임브리지의 모형 제작과 킹스칼리지의 X선 회절 연구가 어떻게 교차했는지, 라이너스 폴링과의 경쟁이 판단의 속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핀다. 사진 51과 MRC 보고서가 경쟁자에게 전달된 경로도 물리적 절도라는 단순한 이미지 대신 당시 연구 관행, 소유감, 동의, 공정성의 층으로 나누어 본다.
프랭클린을 ‘사진 한 장을 찍은 비운의 여성’로 줄이지 않는 점도 중요하다. 시료의 상태를 분리하고 회절 자료를 해석하며 DNA 구조에 제약을 거는 그의 연구를 실제 과학적 노동으로 복원한다. 동시에 왓슨과 크릭의 모형 제안이 가진 통합 능력과 설명력도 축소하지 않는다. 공로를 나눈다는 것은 한쪽을 지우고 다른 쪽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누가 풀었고 어떤 자료와 해석이 다음 단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 정밀하게 기록하는 일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과학의 결과만 알고 과정은 납작하게 기억해 왔다면 이 책은 익숙한 이중나선을 다시 보게 한다. 회고록, 논문, 노벨상, 전기, 영화와 다큐가 발견의 기억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까지 따라가며, 과학적 사실과 과학을 둘러싼 이야기의 규칙이 같지 않음을 보여 준다. 한 장의 사진보다 긴 발견의 역사를 통해 독자는 ‘누가 발견했는가’에서 ‘발견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 기억할 것인가’라는 더 정확한 질문으로 이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