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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코의 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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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코의 버터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0.4 MB이용기기
ISBN9791144300040
책 소개
범죄 피고인과 기자가 마주 앉은 면회실에서 가장 먼저 벽을 통과하는 것은 자백이 아니라 레시피다. 가지이 마나코는 마치다 리카에게 어떤 버터를 사고 어떻게 먹을지 지시하고, 그 말은 면회가 끝난 뒤 장보기와 부엌, 입안과 몸의 판단으로 이동한다. 『버터』의 긴장은 사건의 진실만이 아니라 한 여성의 말이 다른 여성의 욕망과 식사, 일과 관계를 어디까지 바꾸는지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을 ‘맛있는 음식이 여성을 해방한다’는 단순한 찬가로 읽지 않는다. 가지이가 범죄 사실보다 외모와 체중으로 먼저 소비되는 방식, 기자가 질문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요리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 구조, 버터밥·비프스튜·케이크·칠면조가 서로 다른 관계의 역할을 맡는 과정을 따라간다. 음식은 자유의 상징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누가 돈을 내고 재료를 고르고 만들고 먹고 치우는지에 따라 돌봄, 욕망, 노동, 계급, 지배의 의미가 달라진다.

리카가 일하는 편집부와 친구 레이코의 삶을 함께 보면 여성혐오는 특별한 악인의 말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와 결혼, 체중 평가, 돌봄의 기대 속에서 반복되는 규칙으로 보인다. 동시에 구조의 문제를 말한다고 가지이 개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작품 속 인물과 실제 사건, 사회적 편견과 개인의 선택을 서로 다른 층으로 나누어 읽으면서, 비만혐오 비판과 범죄 책임이 서로를 지우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결말의 식탁은 한 번에 자유를 얻는 장면보다 ‘자기 몫의 적량’을 계속 조정하는 연습에 가깝다. 원하는 것을 말하되 타인의 비용을 숨기지 않고, 돌봄을 받되 한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으며, 몸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삼키지 않는 거리다. 먹는 장면의 감각적 매력과 그 뒤에 놓인 윤리적 질문을 함께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 해설은 『버터』의 맛을 훨씬 오래 남게 한다.

목차
프롤로그. 면회실을 통과한 버터

1장. 사건보다 먼저 만들어진 얼굴
  1절. 여성 피고인보다 먼저 재판받은 몸
  2절. 미스터리의 약속을 비껴 가는 첫 장면
  3절. 범죄자·기자·독자를 묶는 시선의 삼각형

2장. 레시피가 된 인터뷰
  1절. 질문 대신 요리를 요구하는 피고인
  2절. 면회실·편지·취재 노트의 권력 이동
  3절. 진술과 취향 사이의 흔들리는 사실

3장. 버터밥에서 칠면조까지
  1절. 차가운 버터와 뜨거운 밥
  2절. 비프스튜와 케이크가 여는 기억
  3절. 모방 레시피에서 자기 레시피로

4장. 가지이의 네 가지 목소리
  1절. 범죄 진술의 공백
  2절. 레시피의 명령문
  3절. 도발과 자기연출
  4절. 해방의 언어와 지배의 언어

5장. 리카의 몸이 쓰는 취재기
  1절. 굶는 기자의 일상
  2절. 열 킬로그램과 타인의 논평
  3절. 몸의 변화가 흔드는 취재 윤리

6장. 레이코의 완벽한 식탁
  1절. 친밀함 속의 역할 분담
  2절. 결혼·임신·가사에 묶인 적량
  3절. 우정의 보호와 침범
  4절. 사라짐 이후의 공동체

7장. 편집부의 정상 여성
  1절. 유일한 여성 기자의 자리
  2절. 체중·결혼·식사를 평가하는 동료들
  3절. 특종의 욕망과 여성혐오의 상품화

8장. 돌봄을 사려는 남자들
  1절. 요리와 애정의 거래
  2절. 고독·의존·자기방기의 경계
  3절. 피해자를 지우지 않는 구조 읽기

9장. 미녀가 아닌 팜 파탈
  1절. “어떻게 저 여자가”라는 질문
  2절. 비만혐오와 성적 매력의 기준
  3절. 악녀의 자유와 타인의 파괴
  4절. 유죄·무죄보다 오래 남는 불확실성

10장. 실화에서 멀어지는 소설
  1절.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의 모티프
  2절. 요리교실과 언론 보도의 허구적 변형
  3절.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의 윤리적 거리

11장. 번역된 버터의 온도
  1절. 음식 이름과 식감의 한국어
  2절. 욕망·몸·혐오를 옮기는 말
  3절. 일본어 원문·한국어판·영어판의 거리
  4절. 번역이 새 독자를 만드는 방식

12장. 영미권에서 다시 뜨거워진 소설
  1절. 2024년 영어판의 도착
  2절. 페미니즘·비만혐오·실화 범죄 서사의 재독해
  3절. 서점상·판매·번역문학 붐의 의미
  4절. 일본과 영미권 사이의 다른 독법

에필로그. 자기 몫의 적량

작가 소개
  • 작가읽기의 프리즘
읽기의 프리즘은 문학과 비문학을 하나의 시선으로 단정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비추어 읽는 비평·해설 프로젝트 그룹이다. 문학의 문장·인물·서사·상징과 비문학의 주장·근거·시대적 맥락을 차례로 살피며, 한 권의 책에 겹쳐 있는 의미의 층을 독자의 언어로 풀어낸다. 익숙한 작품과 사상에서도 새로운 질문과 해석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읽기를 지향한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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