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기원전 4세기, 한 그리스인이 존재란 무엇인가를 묻기 위해 세운 학문의 이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1990년대, 컴퓨터 과학자들이 기계에 세계를 가르치려고 붙인 설계도의 이름이었다. 두 단어는 철자 하나 다르지 않다. 온톨로지ontology. 2,30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이름으로 두 번 태어난 이 우연이야말로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는 예감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존재를 묻는 기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오늘의 인공지능을 '분류'라는 하나의 실로 꿰어 읽는 책이다. 세계를 열 개의 범주로 나누어 존재를 세우려 했던 고대의 지성과, 데이터를 층층이 분류해 답을 짜내는 오늘의 기계 사이에는, 저자가 오랜 사유 끝에 발견한 하나의 대칭이 놓여 있다. 범주는 스키마로, 모순율의 부재는 환각으로, 운동의 끝에 놓인 부동의 원동자는 정렬alignment이라는 이름의 난제로 — 낡은 철학의 물음들은 실리콘 위에서 형태를 바꾸어 되살아난다.
책은 두 번 내려온다. 먼저 형이상학이라는 구름에서 그것을 실현한 기계로 내려가고, 다시 생각하는 기계에서 그것을 떠받치는 반도체와 전력과 데이터센터라는 땅으로 내려간다. 추상이 끝내 물질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이중의 하강이며, 그 끝에서 우리는 처음의 질문 앞에 다시 선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수식도 코드도 없다. 도토리와 참나무, 서랍과 도서관, 도는 동전 같은 평범한 사물들이 사유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철학을 몰라도, 인공지능을 다뤄 본 적이 없어도 상관없다. 매일 기계를 쓰면서도 그 의미를 한 번쯤 캐묻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이미 당신을 위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