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은 뇌의 균열과 가능성의 틈새에서 탄생한다
광기라 불린 천재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남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가 ‘광기’라 부르며 배제해온 사고방식이 때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과 다르다’는 건 ‘다르게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만 년 전 알타미라 동굴 벽화부터 정신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탄생한 감각적인 스케치들, 나치 시절 ‘퇴폐 예술’로 낙인찍혀 불태워진 작품들까지, 데 라 피에드라는 인류의 역사에서 창의력이 어떻게 발현되어왔는지 과학의 시선으로 추적한다. 또한 뇌전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를 단순히 ‘장애’로 환원하지 않고 창의성을 촉발시키는 조건으로서 살핀다. 뛰어난 기억력과 공감각, 꿈이 예술과 만나는 과정, 나아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아우르는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미친 예술가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하고, 창의성과 심리적 고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정신 질환이 곧 창의성을 낳는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한 해석은 과학적 근거 없이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정신 질환 당사자를 고립시키기에 위험하다. 이 책의 미덕은 ‘광기 어린 천재’라는 낡은 신화에서 벗어나 사회가 정신 질환을 보다 정확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게끔 이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광기’라는 이름으로 밀어내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천재란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사람이 아니라, 신체적, 물질적, 정신적 한계를 안고 살았지만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들이다. 바로 그 한계를 창의성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들의 천재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왜 여성 예술가들은 ‘광기’로 기록되었을까?
아니, 왜 여성들은 미칠 수밖에 없었을까?
버지니아 울프와 실비아 플라츠, 앤 섹스턴은 20세기 영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선택은 단순히 불행에서 벗어나려는 도피였을까, 최후의 저항이었을까, 아니면 정신과 뇌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반응이었을까?
세 사람의 삶에는 좌절과 상실, 가족의 학대와 갈등, 그리고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억압과 단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울프는 남성 친척들의 성적 학대와 심적으로 의지하던 가족들의 죽음 등으로 여러 차례 정신적 붕괴를 경험했다. 플라스 역시 아버지를 향한 양가적 감정, 어머니와의 갈등, 결혼 후 남편의 배신과 외도, 경력 단절 등으로 고통받았다. 섹스턴 또한 어려서부터 성적 학대를 경험했고, 이후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들에게 고통은 끝나지 않는 굴레였지만, 하나같이 그에 잡아먹히기를 거부하고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뇌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받은 상처가 보인다. 데 라 피에드라는 상실과 고통이 뇌에 남기는 흔적에 주목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감정 조절과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신경 회로에 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에 유전적 취약성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되면, 우울은 점차 자기 파괴적인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