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한 자루에도 설계도가 있다. 그렇다면 — 내 인생에는?
연필 한 자루가 당신 손에 오기까지, 흑연의 진하기와 육각으로 깎인 자루, 지우개의 위치까지 누군가 미리 정해 둔 도면이 있었다. 스마트폰 한 대에도, 한 채의 건물에도, 한 알의 씨앗에도, 머리 위의 별에도 — 우리가 '우연'이라 부르며 지나친 것들 뒤에는 놀랍도록 정교한 질서가 숨어 있다.
기계를 설계하던 한 공학도가 있었다. 그는 도면을 그리다 두 번째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 3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삶이 세워지고 무너지는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물건에 도면이 있듯, 사람의 삶에도 어떤 원리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밖에서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연필에서 스마트폰으로, 씨앗과 별로, 로마와 조선의 흥망으로, 실패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얼굴로 —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읽는 당신의 오늘 하루로.
저자는 답을 쥐여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오래 멈춰 섰던 자리에 독자도 함께 서 보기를 권한다. 그 자리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한 문장이 이 책의 전부다. "설계자는 따로 있다. 그러나 시공사는 당신이다." 당신은 공장에서 찍어낸 부품이 아니다.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읽고, 그 눈으로 자기 삶을 다시 짓고 싶은 이들에게. 알랭 드 보통과 유발 하라리를 읽는 자리에, 이 책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