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끝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가
20세기 영화는 카메라로 현실을 기록하는 예술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영화는 현실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AI는 배우와 이미지를 생성하고, 게임엔진은 가상의 세트를 만들며, 유튜브와 틱톡은 영화의 편집과 쇼트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이제 관객 역시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알고리즘과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참여자가 되었다.
『테크노다다이즘—네오시네마의 해부』는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20세기 초의 예술운동인 다다이즘과 연결해 바라본다. 다다이즘이 기존의 질서와 재현의 권위를 해체하고 우연, 콜라주, 몽타주, 반예술을 창작의 원리로 받아들였다면, 오늘날의 AI와 알고리즘, 밈과 리믹스 문화 역시 기존의 창작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새로운 시대의 미학적 태도를 ‘테크노다다이즘’이라 부른다.
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오시네마’라는 새로운 영화 개념을 제시한다. 네오시네마는 더 이상 극장의 스크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튜브의 빠른 편집, 틱톡의 세로형 영상, 게임엔진의 가상공간, VR·XR의 몰입형 경험,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배우, 그리고 관객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서사까지 영화적 경험의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AI 감독, 플랫폼 영화, 밈 문화, 게임엔진 시네마, AI 시대의 배우, 영화의 데이터화, 포스트 몽타주와 데이터 미학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영화의 ‘창작자’와 ‘편집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추천 알고리즘은 영화를 수많은 데이터 포인트로 분해하고, 사용자마다 서로 다른 콘텐츠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영화의 편집 권한은 한 명의 감독에게서 알고리즘과 데이터, 그리고 관객에게까지 분산된다.
AI 시대의 배우와 창작자 문제도 빼놓지 않는다. 얼굴과 목소리가 디지털 데이터로 분리되고 재사용될 수 있게 되면서 초상권, 동의, 저작권, 창작자의 권리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동시에 인간 배우의 신체성과 실제 연기가 오히려 희소한 가치로 재평가될 가능성도 탐구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영화의 죽음이 아니다. 영화라는 개념 자체의 변형이다.
카메라가 없어도 영화가 될 수 있는가?
배우가 실제 인간이 아니어도 영화가 될 수 있는가?
감독 대신 알고리즘이 편집한다면 누가 작품의 저자인가?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선택하고 만들어간다면 그것은 여전히 영화인가?
『테크노다다이즘—네오시네마의 해부』는 이러한 질문에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변화에 새로운 이름과 언어를 부여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테크노다다이즘’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우연성, 오류, 복제와 재조합을 새로운 창작의 원리로 바라보는 하나의 미학적 렌즈다.
영화 이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아직 그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던 영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AI와 알고리즘 시대의 영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탐색하는 새로운 영화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