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이상한 순간이 찾아온다. 분명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인데, 유독 어떤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형식적이고, 표정에서 어떤 감정의 결도 읽히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니까 있는 것 같은 느낌. 흔한 무관심이나 피로로 넘기기엔 뭔가 다른, 설명하기 힘든 위화감이다.
이런 감각을 언어로 처음 정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최면 치료사였다. 미국의 한 최면가는 50년 가까이 수천 명의 내담자를 퇴행 최면으로 이끌며 반복적으로 같은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어떤 존재들에게는 오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들에게는 자유 의지도 성장의 서사도 없다는 것, 그들은 그저 누군가의 무대를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훗날 이 존재들은 대중문화 속에서 게임의 NPC라는 이름을 얻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배경. 주인공이 아니라 엑스트라.이 책은 이 현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려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허구라고 단정 짓기 위한 책도 아니다. 나는 그저 궁금했다.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증언을 쏟아내는가. 최면이라는 무의식의 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왜 하필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그리고 심리학은, 신경과학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답을 정해두고 시작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