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 가는 사람에게 현재를 강요하는 대신, 그가 아직 머물 수 있는 과거를 방 안에 재현한다면 어떨까. 『타임 셸터』의 기억 클리닉은 낡은 라디오와 벽지, 담배 냄새와 오후의 빛으로 연대별 공간을 만든다. 처음에는 돌봄의 상상력처럼 보이던 장치가 도시와 국가로 번지는 순간, 향수는 치료가 아니라 정치가 된다. 『과거를 치료하는 도시』는 이 섬세한 전환을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가우스틴과 화자의 겹친 정체, 사물이 불러내는 감각 기억, 환자마다 다른 회상의 윤리를 먼저 읽고, 이어 건강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과거의 방을 원하기 시작하는 장면을 살핀다. 불가리아의 갈라진 기억과 유럽 각국의 과거회귀 국민투표, 황금기를 상품으로 파는 정치, 1939년을 재연하는 공포가 연결되면서 개인의 기억 장애와 집단의 역사 선택이 같은 언어를 쓰기 시작한다.
후반부의 파편화된 서술, 불가리아어에서 여러 언어로 건너가는 번역, 국제 부커상 이후 작품이 얻은 세계적 독자층도 함께 검토한다. 복고를 따뜻한 취향으로만 소비하거나 과거 회귀를 단순한 보수성으로만 규정하지 않고, 누가 어떤 과거를 선택하고 무엇을 지우는지를 묻는다. 기억과 향수, 역사와 정치가 한 도시의 방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읽고 싶은 독자에게 작품의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