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면 이성을 잃고 선동에 휩쓸린다. 『군중심리』는 흔히 이 한 문장으로 기억되지만, 귀스타브 르 봉이 묶은 ‘군중’에는 거리의 무리뿐 아니라 배심원단, 유권자, 의회까지 들어간다. 『군중의 얼굴』은 개인이 집단 안에서 왜 달라지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복원하면서, 익명성·전염·암시·위신이 어떻게 하나의 설명 사슬을 이루는지 읽는다.
충동적이면서 보수적이고, 잔혹하면서 헌신적이라는 군중의 양면성, 이미지와 짧은 문구가 논증보다 강하게 작동한다는 주장, 지도자의 단언과 반복, 위신이 복종을 만드는 과정을 원전의 순서대로 정리한다. 동시에 프랑스혁명의 장면과 제3공화국의 대중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증거처럼 동원되는지, 인종·성·계급 편견과 최면 이론이 설명 범위를 어떻게 제한하는지도 분리해 본다.
프로이트의 계승과 수정, 몰개성화 이론과 사회정체성 접근까지 이어 보면 르 봉의 질문은 살아남았지만 답은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군중을 무조건 경멸하는 도구로도, 낡은 편견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버릴 책으로도 만들지 않는다. 이론이 무엇을 포착했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했는지, 오늘의 집단 행동을 읽을 때 어떤 경계를 세워야 하는지 확인하게 하는 비판적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