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창진 시집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미덕은 세상 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 즉 버려진 것들을 향한 시선에 있다. 예초기에 베이는 잡초, 비에 젖은 종이 상자 속의 산새들을 우주적 존재별로 격상시키는 시인의 시선은 불교적 자비나 기독교적 사랑과 맞닿아 있다. 화려한 수식이나 기교 대신 정직하고 담백한 언어로 낮고 위태 로운 것들을 끌어안는 헌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삶의 정직한 고백과 자연의 순리를 닮은 무구한 언어로 채워져 있다. 더 나아가 ‘생의 집착을 씻어내고 도달한 노년의 숭고한 정신적 성숙’이라 평할 수 있다.
이창진의 이번 시집은 흐르는 세월에 온몸을 내맡긴 채, 자신을 비워내고 깎아내어 마침내 도달한 맑은 고백 의 기록이다. 시인은 무거운 삶의 짐을 개울가에 내려놓 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가볍고 자유로운 ‘우주적 온 기’를 획득한다. 세상의 낮고 소외된 것들을 따뜻한 심 장으로 받아 안는 그의 시편들은, 독자에게 건네는 잔잔 하고도 거대한 위로의 서사가 될 것이다. 이 시집을 덮 는 순간, 독자의 마음속 차가운 응어리도 어느새 봄볕처 럼 노곤하게 녹아내리면 좋겠다. - 문정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