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미술을 미술사가 아니라 생태학으로 읽는 책이다.
조선의 옛 그림에는 꽃과 나무, 새와 벌레가 빼곡하다. 그동안 이 그림들은 주로 필치와 상징으로 설명되어 왔다. 이 책은 질문을 바꾼다. 화가가 저 벌레를 왜 하필 그 자리에 그렸는지, 그림 속 생물이 실제로는 어떤 몸을 지녔고 무엇을 먹으며 누구와 얽혀 살았는지를 묻는다. 한 폭의 그림을 하나의 생태계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전체는 다섯 부로 짜였다. 마당의 풀과 벌레를 담은 초충도에서 시작해, 담장 밖의 나무와 산수로, 다시 하늘과 물가의 새로 시야를 넓힌다. 이어 십장생처럼 오래 산다고 믿어 온 것들의 상징을 하나씩 확인하고, 끝으로 시조와 민요가 기록해 둔 자연을 그림과 나란히 놓는다. 다루는 그림은 신사임당과 정선, 김홍도, 김정희, 홍세섭, 남계우에 이르는 조선 회화의 주요 작품들이다.
전문 용어는 최소로 줄이고, 전시실의 도슨트가 곁에서 설명하듯 경어체로 썼다. 꼭지마다 끝에는 그림 밖 실제 자연에서 직접 해 볼 관찰 과제를 하나씩 붙였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화면을 읽기 어려운 독자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스크린리더 이용과 글자 확대에 대응하는 접근성 전자책으로 만들었다. 도판마다 구도와 색, 배치를 문장으로 옮긴 그림해설을 실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그림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용어 풀이와 출처는 미주로 정리해 본문과 양방향으로 연결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옛 그림도, 창밖의 풀 한 포기도 더 이상 전과 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