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가 배달한 것은 편지뿐이 아니다.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집으로 이어진 짧은 우편로는 말주변 없던 청년에게 은유를 가르치고, 사랑의 문장을 만들게 하며, 마침내 시와 정치가 한 마을의 삶에서 만나는 통로가 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로맨스와 우정의 이야기로만 기억하면 후반부의 역사적 무게가 갑자기 덧붙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은유를 멋있는 표현법이 아니라 사물과 몸,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놓는 행위로 읽는다. 마리오가 남의 시를 빌려 베아트리스에게 다가가는 장면에서는 사랑의 언어와 차용의 윤리를 묻고, 편지와 녹음기에서는 부재한 사람의 말이 어떤 매체를 통해 이동하는지 살핀다. 네루다의 서명과 명성이 만들어 내는 권력 차이, 선거와 공동체의 기대, 군부가 끊어 버리는 우편로가 이어지며 사적인 언어가 공적인 언어로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실존 시인 네루다와 허구 인물 마리오의 관계, 『불타는 인내』에서 『일 포스티노』로 이어진 각색의 이동도 함께 다룬다. 시를 잘 쓰는 법보다 말이 누구에게 도착하고 누가 그 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사랑과 정치가 같은 전달의 문제로 이어지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