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자라지 않는다는 약속은 정말 자유일까. 피터 팬은 어제의 상처를 오래 기억하지 않고 다음 놀이로 뛰어간다. 그 가벼움은 매혹적이지만, 관계와 책임을 축적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터 팬』을 다시 읽으면 비행의 환희 바로 옆에 망각의 잔혹함, 창문을 넘어가는 모험 바로 옆에 돌아갈 집의 문제가 함께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1904년 무대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1911년 소설이 어떻게 서로를 바꾸었는지부터 살핀다. 관객의 박수가 팅커 벨의 생명과 연결되는 공연의 장치가 소설에서는 독자에게 말을 거는 서술로 옮겨 가는 과정, 창문과 그림자, 비행과 추락, 움직이는 네버랜드의 지도가 만드는 경계를 추적한다. 웬디의 이야기하기와 돌봄, 피터의 현재만 사는 자유, 후크가 듣는 시계 악어의 시간은 아이와 어른을 단순한 선악으로 나누지 않게 한다.
또한 제국 시대의 ‘인디언’ 표상과 해적 놀이, 후대 영화가 웬디와 성장의 결말을 어떻게 다시 썼는지도 함께 본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버리지 않으면서 오래된 작품의 한계까지 정확히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익숙한 네버랜드를 매혹과 불편함이 동시에 살아 있는 고전으로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