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하는 ‘꼽추’보다 먼저 작품의 제목에 놓인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파리의 노트르담』을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비극적 사랑만으로 기억하면, 원작에서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파리의 거리와 군중, 재판과 고문, 건축과 인쇄술의 논설은 쉽게 배경으로 밀려난다. 이 책은 바로 그 그림자 속 구조를 다시 전면으로 불러낸다.
성당을 배경이 아니라 누가 숨고 누가 내려다보며 누가 문밖으로 끌려나가는지를 정하는 공간으로 읽고, 광장과 종탑, 재판소와 기적궁의 시선을 연결한다.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그랭구아르의 시선이 어떻게 한 사람의 실제 목소리를 다른 이미지로 바꾸는지 구별하며, 군중의 웃음과 연민이 얼마나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지도 살핀다. 혐의와 고문, 성역권과 왕권이 결합해 개인의 욕망을 제도적 비극으로 확대하는 과정도 따라간다.
‘이것이 저것을 죽이리라’라는 건축과 인쇄술의 문제, 1482년의 무대와 1831년의 질문, 축약본과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원작의 무엇을 밝히고 지웠는지까지 이어진다. 익숙한 캐릭터 뒤에 숨은 도시 전체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누가 괴물인가보다 누가 누구를 괴물이라 부를 권력을 가졌는가를 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