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팔을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난 다나의 모습은 시간여행의 원리보다 먼저 독자를 붙든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드레드』는 과거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는 모험담의 문법을 처음부터 깨뜨린다. 1976년의 다나는 1815년으로 끌려가고, 역사책의 문장은 채찍과 노동, 통행증과 읽기 금지처럼 몸이 피할 수 없는 사건이 된다.
이 책은 다나가 왜 자신의 조상이 될 루퍼스를 반복해서 구해야 하는지, 자유 흑인 여성 앨리스와 백인 남편 케빈의 위치가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다르게 작동하는지 차례로 읽는다. 친밀감이 지배를 없애지 못하는 순간, 생존을 위한 타협과 저항의 경계, 문자를 아는 능력이 오히려 위험이 되는 상황을 통해 노예제가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사람의 선택지를 좁히는 제도임을 드러낸다.
시간의 길이가 현재와 과거에서 비대칭적으로 흐르는 방식, 마지막에 팔의 상실로 닫히는 시간의 고리, 그래픽노블과 드라마가 원작의 몸과 관계를 어떻게 다시 배치하는지도 함께 살핀다.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간여행 장치가 역사적 폭력을 현재의 감각으로 옮기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다나의 귀환이 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의 시작인지 또렷하게 읽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