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은 왜 잡히지 않는가 — 33년간 조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답한다
주가조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왜 늦게 잡히고, 왜 가볍게 끝나는가.
이 책은 그 답을 처벌의 세기가 아니라 조사업무의 구조에서 찾는다. 한국거래소가 이상거래를 적출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누어 조사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우리의 이원 구조를, 단서수집부터 제재까지 한 기관 안에서 처리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집행체계와 나란히 놓고 견준다.
비교는 여덟 개 쟁점을 따라간다. 단서의 수집과 사건 배분, 조사개시와 통제, 조사수단과 강제력, 피조사자 권리보호, 협조·자진신고, 제재체계, 형사와 행정의 연계, 디지털·글로벌 대응. 각 쟁점마다 한국과 미국을 대조하고, 핵심 문제를 도출한 뒤, 우리가 취할 과제를 제시한다.
저자의 진단은 분명하다. 한국의 조사가 늦는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 조사 착수와 강제수단이 분리되어 있고, 금융위 조사공무원은 압수·수색이 가능하나 금융감독원은 임의조사에 그치는 강제조사권의 비대칭이 있으며, 행정조사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데 비해 절차적 권리보호는 얇다. 협조에 대한 감경은 도입 초기여서 예측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이 책이 내놓는 결론은 이렇다. 실효성과 절차적 정당성은 맞바꿀 것이 아니라 함께 높여야 할 조건이다. 조사 실무는 금융감독원 조사국으로 모으되 강제조사 발동·행정제재·수사전환의 공적 판단은 금융위·증권선물위원회에 남기는 '집행과 판단의 분리', 단일 사건관리와 단일 지휘체계를 갖춘 통합조사본부, 침익성에 상응하는 권리보호의 강화, 예측 가능한 협조 감경 — 저자는 이를 단기·중기·장기의 입법·제도 개선 로드맵으로 정리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부록이다. 미국 SEC 집행국의 「집행매뉴얼」Enforcement Manual, 2026년 공개본 전문을 국문으로 옮겨 실었다. 예비조사MUI와 정식조사명령, 소환장, 웰스 절차, 협조제도, 병행집행의 실제 어법과 세부 절차를 원문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어, 우리 제도를 조문·절차 단위에서 대조하려는 실무자에게 그 자체로 참고자료가 된다.
인용한 조문과 판례는 원문 대조를 거쳤다. 자본시장법 조문, 대법원 판결의 사건번호와 선고일자, 미국 연방법과 SEC 규칙을 각주에 구체적으로 밝혀, 주장의 근거를 독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자본시장 감독·조사 실무자, 금융회사 준법감시·내부통제 담당자, 증권 분야 변호사와 회계 전문가, 자본시장법을 공부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자, 그리고 시장의 공정성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알고 싶은 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