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은 1962년 증권거래법 제정 이후 60여 년에 걸쳐 세계 10위권의 통합 자본시장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그 양적 성장에 견주어 자본시장의 자율규제 체계는 오랜 기간 본질적 개편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의 자본시장 자율규제는 두 개의 구조적 이해상충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가 동시에 회원을 규율하고, 시장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가 동시에 자신의 시장을 감시한다. 협회 자율규제위원회의 회원사 제재 실적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점, 그리고 거래소-회원의 거래량 기반 사업관계가 강력한 제재의 활용을 사실상 제약한다는 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의 직접적 증좌이다. 더욱이 2025년 ATS 본인가로 복수시장 체제가 본격화되고 토큰증권·인공지능 투자권유·온라인 플랫폼 영업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분산된 자율규제는 시장이 요구하는 신속성·전문성·중립성을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다.
본서는 금융투자협회의 회원규제 기능과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을 각 기관으로부터 분리하여, 금융위원회의 메타감독을 받는 독립 법정 자율규제기관 가칭 한국자본시장자율규제원K-SRO으로 통합할 것을 제안한다. K-SRO는 자본시장법에 직접 설립근거를 둔 특수 비영리법인으로서, 미국 FINRA 모델의 핵심 요소를 한국 행정법 체계에 맞게 재구성한 한국형 자율규제기관이다. K-SRO는 금융감독원의 법정 검사권을 대체하지 아니하며, 일상의 자율규제는 K-SRO가, 공적 감독은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는 분담·보완 체계가 본서가 제시하는 정책 설계의 골격이다.
본서는 8편 39장과 8개의 부록으로 구성된다. 제1편은 연구의 분석틀독립성·전문성·책임성·투명성·실효성을 정립하고, 제2편은 자율규제의 이론과 제도설계 원리를 다룬다. 제3편은 미국 FINRA의 법적 지위와 운영구조를 심층 분석하고, 제4편은 한국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금융감독원의 현행 체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제5편은 한·미 자율규제 체계를 다섯 영역에서 항목별로 비교하며, 제6편은 K-SRO의 법적 지위·거버넌스·이관 기능·통합 시장감시·회원검사·자율제재·재원·책임성을 종합적으로 설계한다. 제7편은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4단계 이행 로드맵을 제시하고, 제8편은 결론과 정책제언으로 마무리한다. 부록은 FINRA·K-SRO 비교표, 기능 이관표, K-SRO 조직도안, 검사·감독 기능분담표, 자본시장법 개정 조문 예시, 자율규제규정 체계안, 자율규제 특별회계 예산 항목안, 단계별 이행 로드맵으로 본문의 분석을 실무적·입법적으로 보완한다.
저자는 1993년 금융감독원에 입사하여 2025년 7월까지 33년간 자본시장 감독·조사 업무에 종사하면서 자본시장감독국 부국장, 금융상품분석국 국장, 기업공시국 국장 등을 역임한 자본시장·기업공시 전문가이다. 본서는 33년의 감독 실무에서 축적된 문제의식을 비교법적·정책적 분석으로 종합한 결과이다.
본서는 자본시장 법학·정책의 연구자, 금융감독·정책 실무자, 변호사·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종사자,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 자율규제와 공적 감독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한국 자본시장 자율규제 체계의 본질적 개편을 위한 종합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설계서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