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피해가 있었는데, 어째서 큰 처벌은 없었는가.
옛 제지회사 하나가 이차전지 회사가 된다. 골판지 원지 라인만 돌아가던 ㈜다온소재의 주가는 삼 년에 걸쳐 천백팔십 원에서 삼천사백사십삼 원까지 오른다. 매도와 매수는 미리 짜여 있었다. 컨설턴트 강태주가 판을 설계하고, 전주 윤재길이 돈을 대고, 선수 배주포가 스물세 개 계좌를 돌리고, 리딩방 '아너스'가 오천 명의 회원을 불러 모은다. 오르는 값을 보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편의점 야간 계산대에서 삼 년을 일한 문경호도 퇴직금 육천이백만 원을 들고 그 가운데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 시스템이 이상거래를 적출하고, 금융감독원 조사역 서지원이 계좌 뒤의 사람을 추적한다. 그러나 임의조사에는 강제 수단이 없고, 계좌는 차명이다. 영장 청구는 검사의 권한이고, 사건은 아직 검찰에 넘어가 있지 않다. 조사가 제도의 문턱을 하나씩 넘는 동안 세력은 물량을 넘기고 흔적을 지운다. 값이 무너진 날, 여덟 종목이 같은 시간에 하한가로 닫힌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된다. 부당이득 산정액은 기관마다 다르다. 증권선물위원회 육백육십억, 검찰 공소장 팔백오십억, 1심 팔백십사억, 항소심 삼백구십육억.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형량도 줄어, 구형 삼십 년은 1심 이십오 년을 거쳐 항소심 팔 년이 된다. 피해 총액 이천사백억 원에 대해 공탁된 돈은 삼십억 원, 피해자 이천 명에게 돌아간 것은 한 사람당 십팔만 육천 원이다. 법의 어느 조문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통정』은 시세조종, 이른바 주가조작이 설계되고 실행되고 처벌되는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소설이다. 3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을 감독하고 불공정거래를 조사해 온 저자는 판을 짜는 사람, 조사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의 세 시점을 교차시키며, 감정을 걷어낸 조서調書의 문장으로 사건을 기록한다. 장과 장 사이에는 주요사항보고서, 리딩방 대화 기록, 문답서, 공소장, 판결문 등 여섯 건의 문서가 편철되어 있다. 문서마다 균열이 하나씩 숨어 있다. 그 균열을 찾아 읽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제목 통정通情은 여럿이 서로 뜻을 통한다는 말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파는 손과 사는 손이 미리 짜고 하는 매매를 가리킨다. 짜 맞춘 자리에서 값이 만들어졌고, 죄는 여러 사람에게 잘게 나뉘었고, 피해는 한자리에 쌓였다. 방아쇠를 혼자 당긴 사람은 없었다. 이 소설은 누구를 고발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큰 피해가 있었는데도 어째서 큰 처벌은 없었는지를 묻기 위해 쓰였다. 『여덟 문항』, 『청산』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금융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