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여덟 문항

박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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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문항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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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9791139061420
책 소개
아무도 죄를 짓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장이 무너질 수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가 '우리 종목' 하나로 만들어졌다. 서울이 아니라 홍콩에서, 20조 원 규모로. "우리 종목인데 우리가 못 만든다." 이 한 문장이 빗장을 열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경을 넘어 들어온 날, 아무도 법을 어기지 않았다. 그러나 넉 달 뒤, 시장은 무너졌다.

규정이 바뀌고, 상품이 상장되고, 개인의 돈이 몰렸다. 단 두 종목에 46조 5,000억 원 — 전체의 81퍼센트.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마감 십 분, 종가에 배율을 다시 맞춘다.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판다. 그 자동의 매수·매도가 기초자산의 가격을 스스로 밀어 올린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그 안에 함정이 있다. 기초자산이 오르내리다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의 원금은 녹는다. 이름은 '음陰의 복리'. 상품에는 2배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 2배가 어느 방향으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었다. 손실 구간에 들어간 투자자, 90퍼센트 초과. 그들은 전부, 사기 전에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기본예탁금 1,000만 원, 사전교육 두 시간, 그리고 이해도 확인 — 『여덟 문항』. 여덟 문항을 다 맞혀야 이 상품을 살 수 있었다. 학원 강사 하도경은 다 맞혔다. 그리고 잃었다.

홍콩의 트레이더, 거래소의 상장심사역, 감독국의 결재란, 금융위의 일정표, 대통령실의 새벽, 한국은행의 일지, 운용사의 엑셀 한 줄 — 여덟 사람이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옳게 일했다. 누구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고, 누구도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옳은 일들의 합이 재난이었다.

이 소설은 그 재난을 감정이 아니라 기록으로 재구성한다. 검토보고서와 결재란, 회의록과 수익률표, 체결 히트맵과 한국은행 일지가 본문 사이에 그대로 놓인다. 독자는 누군가의 설명을 듣는 대신, 서류를 직접 읽으며 그 안에 감춰진 균열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이 택한 방식이다.

스물네 개의 장章은 저마다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서술된다. 어느 장도 앞 장의 인물에게 위안을 구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의 새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홍콩의 데스크와 서울의 결재판, 학원 강사의 식탁과 운용역의 모니터를 지나, 다시 처음의 숫자로 되돌아온다. 프롤로그의 1,554.9와 에필로그의 세 시간 사이에서, 독자는 여덟 사람의 손이 어떻게 하나의 결과로 모였는지를 목격한다. 그 누구도 악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를 가장 서늘하게 만든다.

3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을 감독하고 불공정거래를 조사한 저자가, 규정과 계좌와 결재란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 질문에 답한다. 결재란의 잉크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종이는, 순환을 멈추지 못한다.

이것은 픽션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 본 사람, 자본시장의 규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사람, 그리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잃는'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여덟 문항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목차
프롤로그 — 1,554.9

제1부 · 20조 제1장 우리 종목입니다 제2장 장場을 여는 사람 제3장 비공식 제4장 추진계획서

제2부 · 4개월 제5장 검토보고서 제6장 홍콩 제7장 v3 제8장 일정표

제3부 · 합격 제9장 1,000만 원 제10장 1.5배속 제11장 일곱 번째 문항 제12장 이해도 확인

제4부 · 오후 세 시 이십 분 제13장 8조 7,000억 × 2.9% 제14장 추적오차 제15장 먼저 서 있는 사람 제16장 15:20–15:30 히트맵

제5부 · 음陰의 복리 제17장 제자리 제18장 97.99 제19장 수수료 제20장 14종 수익률표

제6부 · 되돌아온 것 제21장 57조 5,000억 제22장 화면 제23장 같은 손 제24장 승인 결재란 / 경보 결재란

에필로그 — 세 시간

작가 소개
  • 작가박종길
1993년부터 2025년까지 33년간 금융감독원에 재직하며 자본시장 감독·조사, 기업공시 심사, 금융상품 분석, 금융투자업 감독 업무를 수행한 자본시장·기업공시 전문가다.

기업공시국장, 금융상품분석국장, 금융상품분석실장, 자본시장감독국 부국장을 지냈으며, 공시심사실·기업공시국·금융투자감독국·자본시장조사국의 팀장으로 일했다. 재직 기간 동안 상장회사 공시제도의 운영과 심사, 펀드·파생결합증권·투자계약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구조와 리스크 분석, 미공개정보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조사, 그리고 자본시장 규제정책의 기획을 현장에서 다뤄 왔다. 규정 하나가 어떻게 시장 전체를 움직이는가를, 그는 감독의 자리에서 오래 지켜보았다.

『여덟 문항』은 그가 33년간의 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규정과 계좌와 결재란이 어떻게 하나의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소설의 형식으로 옮긴 첫 장편소설이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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