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죄를 짓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장이 무너질 수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가 '우리 종목' 하나로 만들어졌다. 서울이 아니라 홍콩에서, 20조 원 규모로. "우리 종목인데 우리가 못 만든다." 이 한 문장이 빗장을 열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경을 넘어 들어온 날, 아무도 법을 어기지 않았다. 그러나 넉 달 뒤, 시장은 무너졌다.
규정이 바뀌고, 상품이 상장되고, 개인의 돈이 몰렸다. 단 두 종목에 46조 5,000억 원 — 전체의 81퍼센트.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마감 십 분, 종가에 배율을 다시 맞춘다.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판다. 그 자동의 매수·매도가 기초자산의 가격을 스스로 밀어 올린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그 안에 함정이 있다. 기초자산이 오르내리다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의 원금은 녹는다. 이름은 '음陰의 복리'. 상품에는 2배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 2배가 어느 방향으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었다. 손실 구간에 들어간 투자자, 90퍼센트 초과. 그들은 전부, 사기 전에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기본예탁금 1,000만 원, 사전교육 두 시간, 그리고 이해도 확인 — 『여덟 문항』. 여덟 문항을 다 맞혀야 이 상품을 살 수 있었다. 학원 강사 하도경은 다 맞혔다. 그리고 잃었다.
홍콩의 트레이더, 거래소의 상장심사역, 감독국의 결재란, 금융위의 일정표, 대통령실의 새벽, 한국은행의 일지, 운용사의 엑셀 한 줄 — 여덟 사람이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옳게 일했다. 누구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고, 누구도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옳은 일들의 합이 재난이었다.
이 소설은 그 재난을 감정이 아니라 기록으로 재구성한다. 검토보고서와 결재란, 회의록과 수익률표, 체결 히트맵과 한국은행 일지가 본문 사이에 그대로 놓인다. 독자는 누군가의 설명을 듣는 대신, 서류를 직접 읽으며 그 안에 감춰진 균열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이 택한 방식이다.
스물네 개의 장章은 저마다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서술된다. 어느 장도 앞 장의 인물에게 위안을 구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의 새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홍콩의 데스크와 서울의 결재판, 학원 강사의 식탁과 운용역의 모니터를 지나, 다시 처음의 숫자로 되돌아온다. 프롤로그의 1,554.9와 에필로그의 세 시간 사이에서, 독자는 여덟 사람의 손이 어떻게 하나의 결과로 모였는지를 목격한다. 그 누구도 악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를 가장 서늘하게 만든다.
3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을 감독하고 불공정거래를 조사한 저자가, 규정과 계좌와 결재란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 질문에 답한다. 결재란의 잉크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종이는, 순환을 멈추지 못한다.
이것은 픽션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 본 사람, 자본시장의 규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사람, 그리고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잃는'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여덟 문항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