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한 일이 없는데도 저녁이면 완전히 방전된다.
몸은 소파에 늘어져 있는데 머리만 비상대책회의처럼 돌아간다. 해야 할 일은 밀려 있고, 그걸 떠올릴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 무기력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든다.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다그쳐 보지만, 다그칠수록 더 움직이지 못한다.
이 책은 그 상태를 다른 각도에서 본다. 나무늘보가 느린 것은 에너지를 아끼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무기력에도 비슷한 데가 있다.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켜둔 채 과부하에 걸린 상태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다그치기를 멈추고, 입력을 줄여 남은 기운을 아끼는 편이 낫다.
담담한 관찰로 무기력과 불안의 정체를 짚어 나가는 다섯 개의 부, 서른 개의 장을 지나, 머리가 아니라 몸부터 가라앉히는 실천을 담은 부록으로 마무리된다. 더 빨라지라고 등을 떠밀지 않는다. 느린 채로도 덜 망가지며 사는 법을 함께 찾아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