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주인공 뒤를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1.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주연이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정작 불안은 그 주연이라는 부담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내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내려놓고 한 명의 행인으로 살 때 비로소 가벼워지는 마음에 관한 56편의 관찰 기록이다.
저자는 모든 일을 내 탓·내 능력으로 환원하는 대신, 운과 우연과 통제 밖의 힘을 정직하게 바라본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이 삶을 삼켜버린 시대, 타인의 기억 속에 내 서사가 남지 않는다는 사실, 검색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인정받지 않을 자유, 기계가 인간의 일을 묻는 오늘까지 — 담담한 산문이 노자와 장자, 불교의 무상·무아, 동서양 철학을 빌려 흘러간다. 각 글 끝에는 그 사유의 출처를 짚는 관련 철학 톺아보기를 두어, 더 캐 보고 싶은 독자를 위한 실마리를 남겼다.
애써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아도 좋다. 떠내려가는 나무토막처럼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에도 그 나름의 용기가 있다. 불안에 지친 당신에게 이 책은 위로 대신 무심함을, 다짐 대신 가벼움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