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는 나쓰메 소세키가 1908년 도쿄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장편소설이다. 전문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온 스무 살 남짓의 청년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내의 꾐에 넘어가 이름도 모를 구리 광산의 갱부광부가 되어 겪는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그려 냈다.
지하 수백 미터의 갱도에서 이어지는 삯노동과 거친 동료들. 혹독한 현실 속에서 주인공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도회지의 감수성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차츰 생각을 멈추고 노동하는 육체 그 자체로 살아간다. 소세키는 인간이 자기 의식을 잃어 가는 이 과정을, 냉정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명랑한 문체로 그려 낸다.
『갱부』는 소세키가 영국 유학 시절 앓았던 신경쇠약과 인간·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이 낳은 작품이다. '의미 있는 인생'이라는 소설의 오랜 환상을 통째로 벗겨 버린 이 작품은 일본 근대소설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실험적인 성취로 꼽힌다. 자의식에 시달리는 모든 현대인에게 건네는, 땅속에서 건져 올린 하나의 역설 같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