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는 나쓰메 소세키가 1906년 잡지 「호토토기스」에 발표한 소설로, '그림 같은 인생'을 꿈꾸는 한 화가의 산골 여행을 그린 미학 소설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이은 두 번째 장편으로, 소세키 문학 전체를 관통하는 예술과 인생의 문제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담아낸 작품이다. 도회의 소음에 지친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를 찾아 산속 온천 마을로 떠난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일본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도입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무대는 구마모토熊本 아소 산록의 온천 마을로, 소세키가 제오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던 시절의 체험이 깃들어 있다. 화가는 시가 되는 풍경 속을 걸으며 인간 세상의 시비와 감정에서 벗어난 '비인정非人情'의 경지를 꿈꾼다.
'비인정'이란 인간 세상의 잣대와 감정에서 벗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보는 태도다. 화가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리기 위한 재료로 삼으려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과 만나는 모든 사람을 화폭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그러한 시선 앞에서는 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삶은 예술이 된다.
그러나 순수한 관조의 꿈은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미인 나미那美와 마주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남편에게 학대받다 돌아온 나미는 아름다움과 슬픔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그녀를 둘러싼 인간적인 정경과 그녀가 지닌 비극적인 매력 앞에서, 예술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온기는 섬세하게 충돌한다. 말미에는 전장에 나간 그녀의 전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인정의 꿈이 한 인간의 슬픔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드러난다.
소세키는 이 작품을 두고 "하이쿠와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전개보다 장면과 정서, 시적 감각이 중심을 이루는 독특한 구성으로, 동양의 여백 미학과 서양의 심리 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산길에서 셸리의 「종달새에게」를 암송하며 시를 음미하는 장면은 그 대표적인 예로, 영시가 원문 그대로 실려 있어 소세키 특유의 동서양 융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풀베개'라는 제목은 길 위에서 풀을 베개 삼아 자는 나그네의 생활을 뜻하며, 세속을 떠난 예술가의 이상을 상징한다. 그림 같은 인생을 찾아 산을 넘는 여행, 그 여행 속에서 만나는 시와 그림과 인간의 온기. 일본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의 하나로 손꼽히는 『풀베개』를 원문과 한국어 번역을 병기하고 주요 어휘 단어장을 함께 실은 이 판본으로 만나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