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와 조선 여기저기』는 나쓰메 소세키가 1909년 가을, 약 40일간 만주와 조선을 여행하고 남긴 유일한 해외 기행문이다. 신경쇠약과 위장병으로 도쿄 생활에 지쳐 있던 소세키는 친구인 남만주철도만철 총재 나카무라 제코中村是公의 초청을 받아 아사히신문 기자 자격으로 1909년 9월 도쿄를 떠났다. 만철 열차와 기선을 타고 다롄大連에서 뤼순旅順·봉천奉天을 거쳐, 압록강변 안둥安東에서 국경을 넘어 조선의 경성京城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여행의 표면은 만철의 최신 시설과 신흥 도시의 번영을 보여 주는 문명 기행문이다. 갓 부설된 철도, 서양식 건물이 들어선 거리, 활기찬 항구와 부두. 메이지 일본이 자랑하는 '제국의 번영'이 이국 땅에 그대로 옮겨진 듯한 풍경이 여행 내내 펼쳐진다.
그러나 소세키의 시선은 언제나 그 이면을 향한다. 제국의 힘으로 세워진 도시와 철도, 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위선과 어리석음, 그리고 식민지의 현실을 그는 특유의 냉소와 유머로 낱낱이 포착한다. '문명의 진보'를 노래하면서도 그 뒤에 가려진 것들을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이다.
곳곳에는 4년 전 끝난 러일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뤼순의 요새와 203고지 등 전적지를 둘러보며 소세키는 전쟁의 참상을 냉철한 필치로 기록한다. 승전의 축제 뒤에 남은 죽음과 폐허, 그 위를 달리는 철도. 근대 일본의 자기 확신이 품고 있는 모순을 그는 여행 내내 예리하게 관찰한다.
이 기행문에는 소설가 특유의 구성미가 살아 있다. 다채로운 인물 군상, 순간순간 포착되는 풍경의 대비, 경쾌한 필치 속에 숨은 풍자. 만주와 조선의 '여기저기ところどころ'를 스치는 스케치처럼 엮어 낸 산문은, 소세키가 소설뿐 아니라 산문 문학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음을 보여 준다.
당시 일본 지식인의 제국주의적 시선과, 인간의 보편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의 시선이 한 몸 안에서 충돌하는 이 기행문은 식민주의 시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기록이자, 소세키 산문 문학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원문과 한국어 번역을 병기하고 주요 어휘 단어장을 함께 실은 이 판본으로 만나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