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사회의 성과 젠더Intermediate Types among Primitive Folk, 1914
이 책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다채로운 변이를 나타내는 ‘중간적 유형Intermediate Types성소수’을 병리나 일탈로 치부하던 근대 서구의 편견을 비판하고, 이를 인류 사회 진화의 적극적 동력으로 재해석한 사상서이자 비교문화인류학적 연구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중간적 기질이 두 갈래 방향으로 사회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종교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전사나 사냥꾼의 길을 거부한 남성이나 가사와 육아에 마음이 가지 않던 여성이 신전으로 물러나 주술, 예언, 치유, 시가, 음악, 학문의 영역을 개척했다. 저자는 베링 해협 연안의 샤먼, 북미 원주민의 베르다슈, 히브리 성서의 케데심, 동아시아 사원의 승려와 동자에 이르기까지 범문화적 사례를 축적하며, 이들이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과 신성성을 부여받는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기질의 변이가 사제직과 예술, 과학의 기초를 놓은 사회 분업의 기원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19세기 말 성과학과 민족지적 사료를 종합하여, 우라니안Uranian동성연애자 기질이 모든 시대와 문화권에서 확인되는 선천적 변이임을 밝힌다. 나아가 도덕주의적 성토 대신 기능주의적 접근을 취하여, 이들이 사회 조직polity 안에서 수행한 긍정적 역할이 크게 ‘종교적 봉사’와 ‘군사적 동료 관계’라는 두 축으로 제도화되었음을 귀납적으로 논증한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가 여전히 범죄였던 시기에 기능주의적 관점으로 성과 젠더의 사회사를 개척한, 비교문화인류학과 성사상의 경계에 서 있는 중요한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