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 아오, 시로, 구로. 색이 들어간 이름을 가진 네 친구 사이에서 다자키 쓰쿠루만 ‘색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어느 여름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친구들에게서 추방된 뒤 그 빈자리는 열여섯 해 동안 자기 인식의 일부가 된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순례는 과거의 정답을 찾는 여행이면서 자신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다자키 쓰쿠루의 순례』는 색을 단순한 상징 사전으로 풀지 않는다. 철도역을 만드는 쓰쿠루의 직업과 나고야·도쿄 사이의 이동, 회색의 친구 하이다,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가 반복해서 만드는 향수와 상실의 리듬을 함께 읽는다. 시로의 고발을 둘러싼 기억은 아오와 아카, 핀란드의 에리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같은 사건이 사람마다 다른 모양으로 굳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꿈과 성적 환상, 손가락의 이미지, 사라가 열어 주는 현재의 질문까지 따라가면 이 소설의 변화는 완전한 치유보다 자기 서사의 수정에 가깝다는 점이 보인다. 번역된 제목과 ‘つくる’라는 이름의 표기, 한국어판과 영미권 표지가 만든 시각적 독법도 함께 살핀다. 미스터리를 모두 해결하는 대신 남은 빈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쓰쿠루의 순례는 훨씬 풍부한 이야기로 다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