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우리 안에서 굶고 있다. 그런데 그가 예술가가 되려면 굶는 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를 지켜보는 감시원, 기록을 관리하는 흥행주, 진짜로 먹지 않는지 의심하는 관객, 마흔 날에 공연을 끝내는 흥행 규칙이 함께 있어야 한다. 카프카의 『단식 광대』는 고독한 예술가의 비극이기 전에 예술이 어떻게 보이고 믿어지고 팔리는지를 묻는 정교한 공연 장치다.
『단식 광대의 우리』는 우리, 감시, 기록, 마흔 날이라는 제한을 하나씩 해체한다. 공개 단식이 실제 흥행 산업이던 시대적 배경을 살피고, 광고와 측정, 박수가 단식의 가치를 어떻게 상품으로 바꾸는지 읽는다. 유행이 끝난 뒤 단식 광대가 서커스 구석으로 밀려나는 과정에서는 예술의 자율성과 관객의 관심, 노동의 가치가 충돌한다.
마지막 고백과 같은 우리에 들어온 표범의 장면은 숭고한 순교자나 천재 예술가라는 익숙한 해석을 흔든다. 이어 카프카의 자화상으로만 읽을 때 놓치는 역설, ‘Hunger’와 ‘Künstler’를 옮기는 번역의 선택, 무대와 영상·춤·전시로 이어진 각색까지 살핀다. 짧은 단편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독자에게, 이 책은 굶는 사람보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먼저 보게 만드는 새로운 독법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