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의 마지막 충격만 기억한다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그보다 훨씬 앞에서 놓치기 쉽다. 어린 나쓰키가 현실을 견디기 위해 만든 마법소녀와 외계인의 언어가 어떻게 성인의 세계관이 되고, 세 사람이 공유하는 규칙이 되며, 마침내 현실의 경계를 밀어내는지 따라가야 결말이 돌발적인 파국이 아니라 축적된 결과로 보인다.
이 책은 폭력적 장면을 선정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가족 안의 돌봄과 방치, 학교와 어른의 권력, 결혼·출산·노동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압력, ‘공장사회’라는 비유가 어떤 순서로 만들어지는지 읽는다. 나쓰키의 상상력을 단순한 병리나 순수한 저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생존 언어가 무엇을 보호했으며 어느 순간 타인의 현실과 몸을 지우는 규칙으로 바뀌는지를 구별한다.
아키시나의 산, 피윳과 유, 비밀 결혼과 성인기의 위장 결혼, 세 외계인의 공동 언어, 『편의점 인간』과의 비교, 일본어 원제와 번역의 차이까지 연결한다. 사회의 정상성을 비판하면서도 인물의 폭력을 면책하지 않는 독법을 통해, 불편한 작품을 더 정확하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 깊은 안내선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