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은 몇 줄의 명언으로 너무 쉽게 소비되는 책이다. 떠나라, 욕망하라, 현재를 사랑하라는 문장을 문맥에서 떼어 놓는 순간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왜 자유를 가르치는 책이 끊임없이 명령형을 사용하는지, 마지막에 왜 독자에게 책과 스승을 떠나라고 요구하는지가 사라진다.
이 책은 나타나엘이라는 말없는 수신자, 메날크라는 불안한 스승, 여행기·산문시·일기·목록이 뒤섞인 형식, 반복되는 호명과 명령의 리듬을 통해 지드의 해방 언어를 다시 읽는다. 감각과 지식, 갈증과 소유, 사막과 오아시스, 성서와 코란·하피즈의 인용망을 따라가면서 자유가 하나의 교리로 굳는 순간 생기는 모순도 놓치지 않는다.
병약함과 회복기의 생명감, 프로테스탄트 규율과 몸의 반란, 북아프리카와 식민지적 시선, 숨은 욕망의 문제, 1897년 본문과 1927년 서문, 『새로운 양식』과 번역의 차이까지 함께 살핀다. 이 책은 지드의 문장을 더 많이 인용하기보다 그 문장이 독자를 어떤 상태로 밀어내는지 보여 준다. 책을 버리라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독자를 위한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