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하자 다른 친구는 그 삶을 쓰기 시작한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우정의 찬가로만 읽기에는 너무 치열하고, 질투와 경쟁의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너무 깊다. 기억하는 사람 레누와 사라지려는 릴라 사이에서 사랑과 소유, 기록과 삭제의 긴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움직인다.
이 책은 두 소녀의 재능을 성격 차이로 환원하지 않는다. 학교에 남을 수 있는가, 가족이 비용을 감당하는가, 방언과 표준 이탈리아어 사이를 건널 수 있는가, 노동과 결혼이 누구의 시간을 차지하는가를 따라가며 능력이 사회적으로 번역되는 경로를 읽는다. 구두 공방, 결혼식, 동네의 폭력 질서, 이름과 별명, 계급 이동과 젠더의 제약이 우정과 경쟁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짚는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 떠난 사람과 머문 사람의 비대칭, 경제 기적과 납의 시대, 릴라의 탈경계 감각, 필명 작가의 부재, 화면으로 옮겨진 나폴리까지 12개의 관문을 지난다. 한 사람의 성공과 다른 사람의 실패를 단순 비교하지 않고, 두 삶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 낸 4부작의 동력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맞는 해설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