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을 ‘마비의 책’이라고 부르는 순간 열다섯 편은 쉽게 한 가지 뜻으로 평평해진다. 그러나 이블린이 부두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일과 지미 도일이 돈과 속도에 휩쓸리는 일, 하숙집의 결혼 협상과 정치·종교의 공허한 말은 같은 종류의 정지가 아니다. 마지막 눈을 제대로 보려면 첫 번째 창문부터 다시 봐야 한다.
이 책은 조이스가 구상한 유년기·청년기·성인기·공적 삶의 배열을 따라가면서 각 단편의 차이를 지우지 않고 도시 전체의 반복을 읽는다. 창문과 문턱, 거리와 전차, 술집과 식탁, 편지와 돈 같은 사물이 인물의 선택을 어떻게 늦추거나 고정하는지, 유명한 ‘에피퍼니’가 깨달음 이후의 변화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살핀다.
또한 실제 지명과 상호를 둘러싼 출간 전쟁을 후대의 국가 검열과 구분하고, 아일랜드 영어·가톨릭 의례·파넬과 문화정치의 언어가 한국어 번역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다룬다. 마지막 「죽은 사람들」의 파티와 그레타의 기억, 마이클 퓨리, 아일랜드 전역의 눈까지 도달하면 열다섯 이야기가 하나의 도시 초상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새롭게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