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에서 이 질문만큼 뜨거운 역사적 질문도 드물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친일이라는 말을 얼마나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사람과 단순히 식민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응했던 사람은 같은 사람인가. 일본어를 사용하거나 일본 기업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가 되는가. 반대로 일본제국주의의 전쟁과 식민통치를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사람의 행위를 단순히 ‘당시의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 책은 바로 이 복잡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친일 문제를 단순히 “친일파는 나쁘다”라는 도덕적 판단으로 끝내지 않고, 친일·협력·순응·저항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부터 다시 살펴본다. 친일이라는 개념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대한민국의 법은 친일반민족행위를 어떻게 규정했으며,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처벌법과 반민특위는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차례로 추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들어간다.
왜 해방 직후의 친일 청산은 실패했는가.
1945년 해방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끝냈지만 친일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 기반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반민특위의 좌절 이후 일부 친일 경력자는 경찰과 군대, 관료조직과 정치권, 경제계와 문화계에서 새로운 국가의 구성원으로 다시 등장했다. 식민지 시대의 인적·제도적 유산은 사라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국가건설 과정과 복잡하게 얽혔다.
그 결과 친일의 문제는 재산의 문제가 되었다.
누가 친일행위의 대가로 토지와 재산을 취득했는가. 그것은 해방 이후 어떻게 상속되고 매매되었는가. 수십 년이 지난 뒤 국가는 그것을 다시 환수할 수 있는가. 친일재산 환수는 역사적 정의인가, 아니면 소급입법인가. 그리고 2026년 다시 제정된 친일재산 관련 특별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러나 친일의 유산은 재산만이 아니었다.
친일행위자의 자녀는 친일파인가. 후손은 조상의 재산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반대로 독립운동가의 후손과 친일파의 후손을 왜 끊임없이 비교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역사적 책임과 혈연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또한 친일의 유산이 정치와 군대, 경제와 문화, 교육과 언론에 어떤 방식으로 남았는지도 살펴본다. “친일파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친일과 독재는 어떻게 연결되었는가. 친일 청산의 실패는 오늘날까지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책의 후반부에서는 더욱 민감한 문제를 다룬다.
왜 친일은 정치적 낙인이 되었는가.
일본에 우호적이면 친일파인가.
반일은 언제부터 정치적 정체성이 되었는가.
그리고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가.
이 책은 친일을 현재의 정치적 진영을 나누는 구호로 사용하는 데에도, 반대로 친일 청산 자체를 과거의 일이라며 모두 덮어버리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적 친일행위와 오늘날의 일본 외교정책, 친일파와 그 후손, 친일재산과 현재의 재산권을 각각 구분하면서 과거의 책임은 정확하게 묻되 현재의 사람에게 조상의 죄를 상속시키지 않는 길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독일과 일본으로 돌린다. 독일은 나치의 과거를 어떻게 청산하고 기억했는가. 일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