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다시 불나방이 될 위대한 인간들을 위하여!”
독설과 비장한 성찰로 가득했던 기나긴 에이리언 관찰일지가 막을 내릴 때, 청춘들은 결연히 다짐한다.
“더는 우리의 자존감을 도살당하지 않겠다,”“평생 철벽을 치며 오롯이 나만의 세계를 사수하겠다!”라고.
그러나 작가는 그 비장한 다짐을 단 1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미소 지으며 유쾌한 조소를 보낸다. 우리는 머지않아 또다시 누군가를 마주해 심장의 몽글몽글한 박동을 느낄 것이며, 새빨간 경고등Red Flag을 핑크빛 축제의 폭죽으로 오인한 채 상대에게 불나방처럼 기어 들어갈 것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본 서 《우리 이대로》는 그러나 그 대책 없는 본능을 결코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받을 결말을 인지하면서도, 그리고 그 구질구질한 연옥의 지옥을 통과해 봤으면서도,“그럼에도 불구하고”또다시 타인을 향해 자아의 빗장을 활짝 열어젖히는 그 무모함에 경의를 표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타인과의 완전한 결속을 갈구하는 행위야말로, 우리가 꼭두각시 에이리언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뜨거운‘인간’임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사랑 앞에서는 그 어떤 지성인도 결국 처참하게 붕괴하기 마련이다. 다만, 한 번 파국을 목격한 우리의 가슴팍에 각인된 흉터는 이제 우리를 수호할 가장 단단한 자존감의 방어벽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두려움 없이 다시 직진하라. 대가리가 깨지고 살이 찢겨도 아물고 나면 독보적인 나만의‘간지’가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