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니?”
확고한 취향과 단단한 질서로 지탱하던 한 인간의 우주가 타인이라는 변수 앞에 속수무책으로 잠식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자발적 예속, 주어와 목적어가 타인의 이름으로 치환되는 언어의 파산, 그리고 끝내 거울 속에서 투명하게 증발해버린 자아까지. 도서는 관계의 심연을 응시하며 타인의 궤도를 돌던 행성적 자아가 중력을 끊고, 비로소 자기만의 선명한 좌표를 회복하기까지의 치열한 실존적 분투를 잘 담아낸다. 이는 한때 누군가에게 뜨겁게 몰입했으나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렸던 모든 이를 위한, 가장 서늘하고도 지적인 자아 복원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