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이후, 뜨겁게 흐른 4년간의 기록
한국문학이 세계를 만나는 자리에서 써내려간
정보라의 두 번째 에세이
“누가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을까” -김보영소설가
“정보라가 글을 통해 만들어가는 세상이
지금 이 세상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임을 확신한다” -박상영소설가
출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갑자기 유명해지는 바람에 너무 많은 출장길에 올랐다. 2022년, 소설 쓰고 번역하는 삶을 살던 정보라의 『저주토끼』가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2016년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화제의 소식이었다. 기괴하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의 폭력과 부조리를 파고드는 정보라의 작품에 세계는 뜨겁게 반응했고, 그는 난데없이 세계 곳곳의 문학 현장에 불려 다니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시작해 바르샤바, 베를린, 우붓… 그렇게 4년 동안 15개국 32개 도시를 누비는 태풍 같은 해외 출장이 이어졌다.
힘들지만 드물고 귀한 이 출장길에서 정보라는 한국문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자신이 발 디딘 곳을 부지런히 보고 듣는다. 문학 행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낯선 도시를 걸으며 그곳의 사람들과 역사, 사회적 현안에 눈길을 준다. 이 책은 정보라의 화려한 세계 진출 성공기도, 피곤을 호소하는 내향인의 출장기도 아니다. 세계문학의 무대 뒤편에서 마주친 뜻깊은 장면과 황당한 사건, 맛있는 것과 이상한 것, 그곳에서 보고 말하고 행동한 것들이 꾸밈 없이 빼곡하게 담긴 일종의 ‘정보라적 르포’다. 세계적인 문학상의 무대와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시위, 한국문학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그 한편의 무너져가는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가 박상영의 말처럼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역사에 남을 작가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세계문학의 백스테이지
2022년 4월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을 때 정보라는 “실업자? 신세에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후보 지명 소식을 들은 것도 전쟁 반대 집회를 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이었다. “지금의 심경”을 묻는 언론사의 전화에 정보라 작가는 답했다. “춥고 배고프다”고. 그 이후 이어질 4년의 여정을 이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세계 문학 행사에 초청받아 다니는 삶은 겉보기만큼 화려하지 않다. 여전히 춥고 배고픈 순간이 잦고, 종종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책에서 소개하는 첫 출장지는 부커상 최종후보 시상식이다. 세계문학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는 그 첫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잠긴 문’ 앞에서 시작된다. 행사 시간은 다가오는데 출연자 출입구가 굳게 잠겨 있어 정보라는 어쩔 줄 모르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겨우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살벌한 작품과 달리 수줍고 엉뚱한, 사람 냄새 나는 작가들이 있다. 『저 지금 탑승합니다』는 그렇게 무대 뒤편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한국에서는 보통 기사 몇 줄과 사진으로만 접하는 세계 문학 현장의 모습들이 정보라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꾸밈 없는 시선을 거쳐 펼쳐진다.
그곳에서 새삼 포착되는 것은 한국문학을 향한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열망이다. 정보라 작가는 무심한 듯 기록하지만, 한국 작가의 사인을 받으러 길게 늘어선 줄에서, 읽을 수도 없는 한국어판을 기념으로 구매하는 독자들의 들뜬 표정에서, 대담마다 쏟아지는 질문에서 그 관심이 생생히 드러난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