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운명 같은 첫인상은 석 달만 지나도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도 못하다.”
화려한 백만 원짜리 가방 프러포즈에 설레고, 성격 차이와 MBTI 조건을 따지며 액정 화면 속 하트 이모티콘 개수에 연연하는 청춘들.
가짜 가면을 쓴 채 완벽한 인연만을 찾아 헤매는 그들을 향해 저자 서심봉이 나직하고도 가차 없는 현실 조언을 던진다.
‘풍선 이벤트는 바람 빠진 주꾸미마냥 흉물스럽게 가라앉을 뿐’이라고.
《일상일기》는 우리가 쫓아오던 거창한 관계의 포장지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시작된다. 하지만 그 서늘한 독설의 끝에서 저자가 꺼내 드는 진정한 현실의 민낯은 아주 기가 막히게 다정하고 묵직하다.
당장 이혼 도장을 찍자고 피 터지게 싸우고도 새벽녘 냉장고에 소고기 뭇국을 채워두는 징글징글한 부부의 의리, 그리고 감기 기운에 앓아누웠을 때 문을 쾅 열고 들어와 툭 내미는 검은 비닐봉지 속 쌍화탕 한 병의 온기.
저자는 가벼운 환상 대신 매일 삼시 세끼 마주하는 지루한 정성이야말로 인간이 나눌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사랑이란 걸 말해 준다. 나아가 그녀는 남편과 자식을 향한 일방적인 희생의 제단에서 내려와, 동네 치킨집 닭다리를 내 입에 먼저 쑤셔 넣는 '현명한 이기심' 을 권한다. 그리고 지나간 옛사랑의 신기루를 붙잡는 허황됨을 털어내고 지금 당장 자기 지갑 속 만 원짜리 한 장과 낯선 골목길에서 홀로 따는 캔맥주 한 모금의 호화를 누리는 것이 남은 생을 진정으로 아끼는 법이라 읊조린다.
“인생 뭐 있나? 오늘 밤도 열렬히 사랑하자."
매일 보다 보니 정들고 없으면 허전한 그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스며듦’ 속에서 저자는 상처 가득했던 우리의 마음이 단단하게 치유될 거라는 걸 당돌하게 주장한다.
비록 환상 속의 유니콘은 없어도, 우리의 바닥까지 기꺼이 안아줄 민낯의 우주가 지금 이 책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