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슬그머니

서영혼
피닉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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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오퍼링
소장
9,800 ⓒ
슬그머니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총 용량0.4 MB이용기기
ISBN9791174214669
책 소개
매일 밤 지하 3층 주차장 B32 구역에는 시동을 끄고도 내리지 않는 두 명의‘유령’이 있습니다.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오직 짙은 틴팅 유리창 너머로 깜빡이는 스마트폰 불빛과 문 닫는 소리의 리듬만으로 고단한 하루의 안부를 나누던 익명의 관계. 그런데 어느 날 밤, 벼랑 끝에 선 채 핸들에 이마를 대고 숨죽여 울던 주인공의 눈앞으로 맞은편 차의 헤드라이트가 슬그머니 켜집니다. 눈이 부시지 않게, 아주 잠깐 상향등을 깜빡였다가 꺼지는 미약한 불빛. 그것은 이 어둠 속에서 허용된 가장 담백하고 서늘한 위로였습니다.《슬그머니》는 이처럼 스치듯 스며들어 주인공의 삶을 통째로 뒤흔든 지각변동에 관한 기록입니다. 패딩 깃이 스치는 찰나에 터진 정전기의 불꽃, 자취방 도어록에 걸려 있던 지독할 정도로 단순한 비밀번호‘0000,’한밤중 골목길을 채우던 발소리의 리듬, 그리고 가을바람 속에서도 축축하게 달아오르던 손바닥의 습도까지. 작가는 일상적인 소품과 미시적인 감각들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의 영토 속으로 자발적으로 예속되어 가는 현대적 사랑의 과정을 치밀하게 형성해 냅니다. 하지만 이 안온한 동화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식어버린 커피 잔의 침묵처럼 소리 없이 찾아온 고요한 파국입니다. 이별은 단 한 번의 단절이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자기 안의 그 사람을 조금씩 뜯어내야 하는 지루한 형벌이 되어 주인공을 잠식해 들어갑니다. 슬픔의 웅덩이 옆에 앉아 툭툭 던지던 마침표 없는 유머와“그때 참 고마웠어”라는 나지막한 고백을 지나, 마침내 도달한 소설의 종장終章. 그곳에는 앞선 모든 장들의 미시적인 단서들을 단번에 전복시키며 독자의 심장을 서늘하게 찌르는 숭고하고도 먹먹한‘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눈을 뜬 세상이 온통 상대방의 부재를 증명하려 든다면, 차라리 영원히 눈을 감아버리겠다고 선언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발걸음. 책장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모든 소리와 촉감들이 전혀 다른 색채로 물들어가는 기묘한 전율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눈꺼풀 뒤편의 칠흑 속에서 마침내 열린 가장 단순하고도 완벽했던 문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목차
목차 

1부. 나도 모르게 스며든 순간들

1. 주차장 유령과 나­­­­­­­­­­­­11
2. 정전기라는 가벼운 폭력­­­­­­­­­19
3.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 개수 ­­­­­27

2부.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러나 들켜버린

4. 샴푸 향은 죄가 없다­­­­­­­­37
5. 그 비밀­­­­­­­­­­­­­­46
6. 발소리의 리듬  ­­­­­­­­­­54
7. 손바닥의 습도  ­­­­­­­­­­63


3부. 결국엔 사랑이 남긴 것들

8. 암막 커튼 뒤의 영혼 ­­­­­­­­­73
9. 너와 나 사이의 거리 ­­­­­­­­­81
10. 마침표 없는 유머 ­­­­­­­­­­89
11. 슬그머니 안녕  ­­­­­­­­­­­97

작가 소개
  • 작가서영혼
서영혼은 가시적 표상 아래 숨겨진 비가시적Invisible 실존의 심연을 가장 날카롭고 숭고한 언어로 계측해 냅니다. 그의 문학 세계는 화려한 외양과 물질의 부피를 맹신하는 세상의 시력을 거세하고, 육신의 시력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 속에서 팽팽하게 켜지는 영혼의 감각을 분석합니다. 그녀는 사물학적 기호와 현상학적 통찰을 융합하여 서정 소설의 미학적 종극을 잘 보여줍니다.
출판사
피닉스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