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예고 없이 덮쳐오는 교통사고와 같다.
우리는 모두 타인이라는 광막한 바다를 항해할 때, 가장 매끄럽고 의연한 껍데기만을 수면에 드러내는 정중한 가식을 고수합니다. 하지만 《내일은 아마도》는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누군가와 삶의 궤적을 섞는 순간, 우리 의식 깊숙한 곳에 유배 보냈던 옹졸하고 기괴한 괴물이 어떻게 고개를 쳐드는지 목격하게 만드는 잔인하고도 지성적인 고백록입니다. 저자는 메신저 창 앞에서 타이밍을 계산하는 치졸한 기 싸움이나 인간의 입체적인 서운함을 MBTI라는 네 칸짜리 도표 안에 박제하려는 게으른 오만, 그리고 타인의 폐쇄적인 논리 구조 속에 자기 주체성을 저당 잡히는 가스라이팅의 위태로운 경계를 거침없이 파헤칩니다. 이 지독한 투쟁의 끝에 당도하는 파국 역시 요란한 비명 대신 식어버린 커피 잔의 침묵처럼 우리 일상을 잠식합니다. 단 한 번의 통보로 끝나지 않는 이별의 형벌 속에서, 작가는 괜찮은 척 미소 짓는‘쿨병’의 허세를 집어치우고 엉망진창으로 주저앉아 통곡하는 육체적 후유증을 온몸으로 앓아냅니다. 그러나 수필집이 도달하는 궁극의 미학은 상실의 열병을 통과한 인간이 마주하는 눈부신 주권 회복의 발걸음에 있습니다. 지난한 피눈물의 시간을 감정의 부도가 아닌‘숙련의 마일리지’로 환대하고, 깨질 염려가 없는 플라스틱 접시 같은 안위를 제차하고 흉터를 훈장처럼 가슴에 단 채 대지를 질주하는 뻔뻔한 직진의 피날레.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들은‘낯선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감옥을 과감히 부수고 나와 굳건히 제 다리로 땅을 딛고 서는 작가의 위엄을 만나보게 됩니다. 또다시 배신당하고 무너질지언정,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향해 주저 없이 창문을 여는 이 삐뚤빼뚤한 도보야말로, 과거의 유령으로부터 온전히 해방되어 자기만의 찬란한 내일을 새로이 받아 적게 만드는 위대한 영혼이라고 작가는 역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