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빈칸은 중립적이지 않다. 측정되지 않은 경험은 평균에 들어가지 못하고, 평균에 없는 몸과 생활은 설계와 예산, 의료와 안전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난다. 스마트폰의 크기부터 충돌시험 더미, 공중화장실, 보호장비, 심장질환의 전형적 증상, 재난 대피소까지 서로 멀어 보이는 문제들이 같은 질문으로 연결된다. 누가 기본 사용자로 상정되었는가.
이 해설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의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일상·직장·제품·의료·공공생활·재난의 사례를 어떻게 누적해 구조적 논증을 만드는지 따라간다. 동시에 강한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료의 시점, 표본과 분모,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국가 비교의 적용 조건을 점검하는 독법도 제시한다. 데이터 공백을 수집되지 않은 정보, 성별로 분해되지 않은 정보, 남성 자료의 여성 적용,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은 지식으로 나누어 보는 점도 핵심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숫자가 많다는 사실보다 무엇이 빠졌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데이터가 사람을 보호하려면 수집에서 설계, 예산과 사후 수정까지 어디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