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드래곤』을 한니발 렉터의 전사로만 읽으면 소설의 가장 위험한 두 시선을 놓치게 된다. 사건 현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윌 그레이엄은 범인의 행동을 자기 안에서 재구성하고, 프랜시스 돌라하이드는 가족의 영상과 사진을 보며 타인의 삶을 자신의 변신을 위한 이미지로 바꾼다. 둘 다 남의 삶에 들어가지만 목적과 책임은 정반대다.
이 해설은 윌의 ‘공감’을 초능력처럼 신비화하지 않고 관찰, 법과학적 증거, 행동 추론과 상상력이 결합된 위험한 수사 방식으로 읽는다. 돌라하이드의 몸과 이름, 윌리엄 블레이크의 붉은 용, 거울·필름·치아의 반복 장치, 리바 맥클레인이 만들어 내는 다른 인식의 가능성, 제한된 분량으로 윌을 흔드는 렉터의 역할을 차례로 분석한다. 가짜 종결 뒤의 마지막 침입과 『맨헌터』, 영화 『레드 드래곤』이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바꾸는지도 비교한다.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해와 동일시의 경계, 프로파일링의 매혹과 한계, 보는 행위가 가진 권력을 끝까지 묻는 범죄소설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