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의 기록』うたかたの記는 1889년메이지 22년 7월, 모리 오가이가 스물일곱 살에 발표한 처녀소설이다. 같은 해 창간된 동인지 《시가라미소しがらみ草紙》의 첫머리를 장식한 이 작품은, 오가이가 1884년부터 약 4년간 독일에서 보낸 유학 생활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낭만주의 소설로, 일본 근대문학의 출발점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무대는 바이에른의 왕도 뮌헨. 일본에서 건너온 젊은 화가 거세巨勢는 루트비히 거리에 있는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우며 지낸다. 이국 땅의 첫 겨울, 거세는 미술학교의 동료인 독일인 엑스터エキステル의 인도로 카페 미네르바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곳에서 거세는 호숫가 마을 레오니의 어부 한스루의 딸인 마리이マリイ를 만난다. 상냥하고 기품 있는 마리이의 모습은, 고향을 떠나온 화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두 사람의 사이는 거세가 그리는 그림 속에서 조용히 싹튼다. 거세는 라인 강의 바위 위에서 노래하던 마녀의 전설, 곧 뱃사람들을 유혹해 물속으로 끌어들인다는 로렐라이ロオレライ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슬픈 전설의 여인을 닮은 마리이를 그리며, 거세의 마음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예감이 어른거린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마리이의 얼굴에는 그늘지고, 그늘진 듯한 아름다움은 더욱 짙어 간다. 1886년 6월, 뮌헨은 충격에 휩싸인다. 슈타른베르크 호수의 물속에서 바이에른의 젊은 국왕 루트비히 2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물거품의 기록」은 이 실제 사건을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겹쳐 놓는다. 왕의 장례를 치르는 혼란 속에서, 거세의 벗 엑스터는 사흘 만에 수척해진 채 「로렐라이」 그림 아래 무릎 꿇은 거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무렵, 레오니에 가까운 어부 한스루의 딸 하나가 같은 때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은, 묻는 사람도 없이 사라져 간다. 사랑하는 여인 마리이의 죽음은 한 줄의 사건 기사로도 남지 않는다. 국왕의 횡사라는 큰 사건의 그늘에 가려, 조용히 물거품처럼 사라진 한 생명. 「물거품의 기록」이라는 제목은 이렇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과, 기록되지 못한 죽음의 비극을 상징한다. 오가이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뮌헨의 풍경과 인물들을 생생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문명의 그늘에 가려진 작은 생명의 슬픔을 노래한다. 이 작품은 이듬해 발표된 『무희』, 그리고 『심부름』과 함께 오가이의 독일 유학 3부작으로 불린다. 서양 문학의 영향을 받은 청년 오가이가 처음으로 선보인 근대적 소설 형식과, 낭만적이면서도 냉철한 시선은 이후 일본 근대문학의 큰 줄기를 이루었다. 이 책은 일본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 낱말 풀이를 함께 실어, 130여 년 전 뮌헨의 어느 화가가 남긴 물거품 같은 사랑의 기록을 원문의 리듬 그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