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을 향한 기도는 어떻게 한 교회를 세우고, 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가.
이 책은 제주에서 37년 동안 한 교회를 섬겨 온 박명일 목사의 삶과 목회의 기록이다. 그러나 단순한 연대기나 교회 성장 이야기는 아니다. 중문의 작은 예배처에서 시작해 남성리와 신서귀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눈물과 기도, 기다림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한 사람과 한 공동체를 빚어 가셨는지를 담아낸 신앙 자서전이다.
이 책에는 화려한 성공담이 없다. 오히려 재정의 벽 앞에서 밤새 장부를 붙들고 기도했던 시간, 성도가 떠나 빈 의자를 바라보며 흔들렸던 순간, 공사가 멈춘 성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목회자의 고백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절망의 자리마다 하나님은 한 사람을 보내셨고, 한 가정을 회복시키셨으며, 한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셨다.
무너진 가정이 회복되고, 절망하던 사람이 새 삶을 얻으며, 한 어머니의 새벽기도가 아들의 찬양으로, 다시 손자의 예배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름다운 교회'가 무엇인지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목회자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붙들려 살아낸 평범한 성도들과 그들의 삶이다.
목회자에게는 교회를 세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책이다. 프로그램과 숫자가 아니라 예배와 기도, 성령의 역사 위에 세워지는 교회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사역의 열매보다 먼저 목회자의 마음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깊이 묵상하게 한다.
신앙인에게는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준다. 믿음이 흔들리는 시간에도 하나님은 결코 사람을 포기하지 않으시며, 오래 기다리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한다. 기도는 헛되지 않으며, 눈물은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신앙이 없는 독자에게도 이 책은 한 인간의 진솔한 삶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제주라는 아름다운 섬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아픔과 회복, 가족과 공동체의 이야기, 절망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종교를 넘어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3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시간을 자신의 수고로 말하지 않는다. 모든 장을 지나며 반복되는 한 가지 고백이 있다.
"교회를 세우신 분은 하나님이셨고, 나는 그 은혜를 곁에서 지켜본 증인일 뿐이었다."
이 책은 한 목회자의 은퇴를 기념하는 회고록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부르시고, 한 교회를 세우시며, 한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로 믿음을 이어 가시는 은혜의 기록이다.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하나님께서 아직도 사람을 사랑하고 계신다는 희망을 전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