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만 해도 여행은 지금처럼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의 종이 지도와 두꺼운 여행 책자 한 권뿐이었다.
모든 것은 대학 1학년이던 아들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엄마, 터키 한번 가 보세요. 정말 좋은 나라예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친구와 어렵게 한 달의 휴가를 내고, 터키가 어떤 나라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배낭을 꾸려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고 대담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23년이 지난 지금,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의 풍경이 아니다. 버스 창밖에서 수줍게 체리를 팔던 아이들, 길을 잃은 우리를 선뜻 태워 준 경찰관, 타국에서 만나 일주일을 함께 여행한 한국인, 낯선 집 마당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던 따뜻한 사람들이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그들의 얼굴과 눈빛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세계였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 낯선 이의 손을 기꺼이 잡는 용기. 자유여행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것을 넘어, 삶을 마주하는 태도에 용기와 유연함을 선물했다.